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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삼촌

지게 그림을 보니
문득 어릴 때 삼촌과 외숙모를 따라 올라갔던
뒷산이 생각났다
같이 가볼래 한마디에
멋모르고 올라간 산허리에서
삼촌은 나뭇가지를 올리고 또 올려
결국에 자기 키만큼이나 쌓아 올렸다

우리가 놀라든지 말든지 별 신경도 안쓰고
허리 춤에서 시작해 삼촌 키만큼 올라간 지게를 지고
별 힘도 안들이고 내려가던 삼촌이 생각났다

유품으로 남은 지갑엔 주민증과 도서관 카드가 있었다
몇 푼 안되는 현금을 보고 엄마는 울었고
국물밖에 남지 않은 김치통을 보고 또 울었다
신발장앞에 놓여 있던 산더미 같은 약봉지를 보고 나도 울먹였다
삼촌을 마지막으로 본 게 몇년 전인지 기억도 안나는데
아직도 옷장엔 너무 낯익은 옷가지가 걸려 있었고
창밖엔 삼촌의 레미콘 차와 삼촌이 마지막을 보냈을 작은 산의 끝부분이 보였다
삼촌은 밤새 무엇을 생각했을까
산더미처럼 쌓인 약을 홀로 챙겨 먹으며
여기저기 터져나오는 몸의 이상 신호에
이제 더 버티기 힘들다 느꼈을까.
아무와도 연락 안한지 오래된 채
빈집에서 며칠을 보내며
현실감이라곤 끼니마다 돌아오는
귀찮은 공복감이었을까.

남자 어른들이란 도서관과 매우 멀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도서관 카드가 있어 의외라 생각했다가
삼촌이 그곳에 있을 때 사서함으로 주문을 대신 해줬던 몇 권의 책이 생각났다
삼촌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책을 가까이 할 기회가 적어도 우리 아빠보다는 많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모나 삼촌과 그다지 교류가 없는 나는
더군다나 몇 년만에 봐도 인사나 할 뿐인 나는
더더군다나 너무 이상해진 삶을 사는 삼촌이 때론 거북스럽기도 했었던것 같다.
그래서 전화를 받기 전까지
마치 삼촌이 살아있다는 사실조차 잃어버린 것마냥 살고 있었다.

그래서인가
나는 소식을 듣고
결국은...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마치 예견되기라도 한 것처럼....
그리고 나와 상관 없는 사람처럼...

엄마의 통곡소리를 듣고나서야
고작 우리가 얼마 촌수 차이가 나지 않음을
언니 바로 뒤 가까운 사람임을...
그리고 또
때론 어렴풋한 기억까지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그러고 나서도 한참을 잃어버렸다가
이제야 지게 지고 가던 삼촌의 걸음걸이가 생각났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매우 낯설긴 하지만..



구스타프 클림트의 유디트의 표정에서
더 꼭 감은 눈을 하고
아주 아주 좁아보이는 관에
누워있던 삼촌.
삼촌은 내가 여태 살면서
처음이자 아직은 마지막인 죽은 사람이었다.

내가 살아생전 처음 본 죽은 사람이
산에서 그렇게 큰 지게를 지고 내려오던
죽기엔 너무 어린 삼촌이라니...


삼촌이 작은 유골함에 담기고
너무 유골함에 꼭 맞는 공간에 본드 바르고 닫히는 동안
숱이 너무 적어 머릿속이 훤히 보이는 엄마의 머리통이
혈압으로 온통 시뻘개진 기억이 난다.

남들이 울어 우는지
내가 슬퍼 우는지 알쏭한 상황에서
작은 공간에 넣어지는 삼촌이 너무 허무해서
잠시 울다가
엄마 걱정을 했다.

세상을 걱정하다 말고
내일의 진도를 걱정하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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